작별이 아닌 파송의 시간 | 정명훈 | 2025-10-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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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세우신 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고, 확실한 길도 보이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내주셨고, 그 가운데 우리와 함께 그 긴 여정을 걸어오신 분이 계십니다. 바로 개척 때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교회를 사랑하시며 동역해 주신 제임스 리 목사님과 이갑천 사모님이십니다. 그런데 이제 두 분께서 시드니로 이주하게 됨에 따라, 우리 모두 진한 아쉬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주일마다 함께 예배드리던 자리, 교제의 식탁에서 나누던 미소,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던 그 모습이 여전히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보면, 이 시간은 ‘이별’의 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두 분을 또 다른 사명지로 보내시는 ‘파송의 시간’입니다. 교회가 처음 세워질 때, 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예배를 드릴 환경도, 재정도, 심지어 교인 수도 몇 명이 되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목사님 부부는 누구보다 먼저 예배당에 오셔서, 의자를 정리하며, 미소로 사람들을 맞이하셨고, 다음 세대를 위해 자상한 할아버지 미소로 교육에 전심전력하셨고, 예배 후에는 남아서 청소를 도왔고, 성도들이 낙심할 때면 조용히 위로의 손을 내미셨습니다. 두 분의 섬김은 눈에 띄는 화려한 사역이 아니었지만, 그 겸손한 헌신이야말로 교회를 지탱한 가장 든든한 기둥이었습니다. 교회는 화려한 설비나 조직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도와 눈물, 그리고 사랑의 섬김이 쌓여서 하나님의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목사님 부부는 ‘보이지 않는 개척자’이자 ‘조용한 동역자’였습니다. 10년의 세월 동안, 기쁨의 순간에도, 어려움의 시간에도 늘 “하나님은 신실하시다”고 고백하며 우리 모두에게 믿음의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 교회가 흔들릴 때마다 말씀과 기도로 우리에게 힘이 되었고, 지금의 교회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믿음의 씨앗 덕분이었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떠남이 늘 아쉽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익숙한 공동체로부터의 분리, 그리고 남겨진 자리의 허전함이 마음을 흔듭니다. 그러나 성경은 ‘떠남’을 전혀 다르게 설명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창 12:1) 하셨습니다. 모세 역시 미디안 광야에서 부름받아 이스라엘을 인도하는 사명지로 나아갔습니다. 사도 바울도 도시마다 교회를 세운 후, 또 다른 곳으로 파송되었습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떠남’은 끝이 아니라 ‘보냄’의 시작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부르시고, 또 보내실 때마다 그곳에서 새로운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목사님 부부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작별의 슬픔이 아닙니다. 그분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시드니에서도 새로운 일을 행하실 것을 기대하는 거룩한 설렘입니다. 우리의 관계는 거리가 멀어진다 해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하나의 교회, 하나의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두 분께 빚진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은혜를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오늘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목사님 부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분들의 기도와 눈물이 이 교회를 지탱했습니다. 이제 그분들을 시드니로 보내시니, 그곳에서도 주님이 동행하여 주옵소서.” 교회는 이제 작별의 인사를 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믿음의 손을 들어 파송의 축복을 선포합니다. “주님, 저들을 통하여 시드니의 영혼들을 위로하게 하시고, 새로운 교회들을 세우는 믿음의 씨앗이 되게 하옵소서.” 사랑하는 목사님, 그리고 사모님, 멀리 떠나신다 해도 우리 마음의 거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곳에서도 늘 건강하시고, 매일의 삶 속에서 주님의 선하신 손길을 체험하시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 두 분을 통해 여전히 일하실 것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19–20) 이 말씀처럼, 주님은 언제나 동행하십니다. 떠남의 자리에도 주님이 계시고, 보내는 우리의 자리에도 주님이 계십니다. 이 시간은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더 큰 은혜를 향한 ‘파송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함께했던 날들을 감사로 기억하며, 앞으로의 여정을 축복으로 보냅니다. 주님 안에서 다시 만날 그날을 소망하며, 우리의 마음으로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작별이 아닌 파송의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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