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작정은 무엇입니까?” | 정명훈 | 2025-1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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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리문답 제7문은 우리 신앙의 뿌리를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무엇입니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그분의 뜻의 계획에 따라 영원 전부터 자유롭고 변함없이 정하셔서, 장차 있을 모든 일을 미리 작정하신 것입니다.” 짧지만 이 답 속에는 신자의 삶을 붙잡는 가장 큰 위로와 동시에 겸손히 엎드리게 하는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인생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사람의 계획은 쉽게 바뀌고, 환경의 영향에 따라 우리의 삶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영원 전부터 세워진, 변함이 없는 뜻이기에, 시편 기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여호와의 계획은 영원히 서고 그의 생각은 대대에 이르리로다”(시 33:11). 이 말씀은 단순한 신학적 진술이 아니라, 믿는 자가 세상의 불안 속에서 안식할 수 있는 근거로써, 세상은 뒤집히고 우리의 마음은 요동칠지라도, 하나님의 뜻은 변하지 않습니다. 소요리문답이 강조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장차 있을 모든 일을 미리 작정하신다.” 우리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세계사의 거대한 사건들까지도 우연히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에베소서 1장 11절은 이렇게 증거합니다.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여기서 “모든 일”은 예외가 없는 표현입니다. 기쁨과 감사의 순간은 물론이고, 슬픔과 고통의 순간조차도 하나님의 허락과 작정 안에서 일어납니다. 이것이 신자에게는 큰 위로가 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은 결코 운명이나 우연에 내맡겨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사람들은 흔히 ‘운이 좋았다’, ‘불운을 만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은 그 모든 상황 뒤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작정 교리는 단지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구원과 직결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하나님의 우연한 응급처방이 아니라, 영원 전부터 세워진 하나님의 작정의 성취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는 창세 전부터 미리 알린 바 되신 이나 이 말세에 너희를 위하여 나타내신 바 되었으니”(벧전 1:20). 우리가 믿음을 가지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교회에 나오게 된 것도, 말씀을 듣고 은혜를 경험하게 된 것도, 모두 하나님의 작정 가운데 있던 일입니다. 그렇기에 신자는 자신의 구원에 대해 더욱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사람의 뜻에 달려 있지 않고, 영원 전 하나님의 뜻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교리를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작정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마치 운명론자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니 내가 무엇을 해도 소용없다”는 태도는 성경적 신앙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여전히 책임 있는 순종의 삶을 요구하십니다. 우리는 말씀에 따라 거룩을 추구해야 하고, 복음을 전해야 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우리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순종하고 기도할 때 하나님은 그 순종조차도 자신의 작정 속에서 사용하셔서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성도들이 이 교리를 붙잡을 때, 삶은 훨씬 담대해집니다. 고난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줍니다. 욥은 모든 것을 잃었을 때도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사건 너머에 계신 하나님의 작정을 본 것입니다. 겸손한 삶을 살게 합니다. 내가 가진 은혜, 지위, 물질이 모두 하나님의 작정 가운데 있음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자랑할 것이 없어집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일 뿐입니다.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합니다. 세상은 불확실하고, 내일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은 이미 내일을 아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뜻은 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담대히 오늘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 혹시 지금 삶의 길이 혼란스럽게 느껴지십니까? 미래가 불안하고,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 찾아왔습니까? 그러나 믿으십시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선하신 뜻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그 뜻은 결국 우리의 구원과 하나님의 영광을 향해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 제 삶이 주님의 손에 있습니다. 주님의 뜻을 신뢰하며 순종하겠습니다.”라고 오늘도 이렇게 고백하며 살아가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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