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마음으로, 새 출발의 자리에서 | 정명훈 | 2025-07-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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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동체가 머물던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동안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묵상하게 만듭니다. 지금 우리 교회가 그러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 교회가 예배드리며 은혜를 누렸던 St. Stephens' Uniting Church를 떠나 새로운 예배처소인 Scarborough Baptist Church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10여년 전에 하나님께서는 좋은 위치에 있는 아름다운 예배당을 가진 이 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하셨습니다. 문화도 언어도, 교단도 다른 교회이지만, 우리에게 예배 공간을 내어 주었고, 우리는 그 공간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말씀을 나누며 교회의 기초를 다져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예배당을 사용한 시간 동안, 호주 교회의 성도들과 목회자들은 참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우리를 품어 주었습니다. 예배 시간 배려, 공간 사용의 자유, 때로는 같은 공간을 함께 나누는 시간까지… 이는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낯선 땅에서 믿음을 지켜갈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함께 이처럼 따뜻한 환대를 베풀어준 형제 교회의 헌신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우리 교회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섬겨 주신 호주 교회의 모든 성도들과 사역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가 흘린 기도와 눈물이 이 공간 안에 고스란히 배어 있듯, 여러분의 배려와 사랑 또한 우리 믿음의 여정 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여주신 그리스도의 환대는 우리에게 진정한 ‘한 몸 된 교회’의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사용했던 곳을 떠난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인 이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익숙함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영적인 도전'입니다. 광야에서 성막을 걷고 이동하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우리 역시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인도하심을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 익숙했던 자리를 떠나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이 계신 곳’을 따르는 존재입니다. 이번 교회 이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 기회를 통해 우리는 단지 공간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다시금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재확인하는 출발선에 선 것입니다. 새로운 예배처소는 우리 교회의 또 다른 믿음의 터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는 더욱 분명한 비전과 방향을 가지고 교회를 세워가야 합니다. 새로운 예배처소에 들어서게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동시에 묵직한 책임감도 함께 느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예배처소를 허락하신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쉴 공간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더 큰 복음의 사명을 감당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담겨 있습니다. 이 공간이 단지 우리끼리 모여 예배드리는 장소에 머무르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이곳이 이 지역과 민족을 향한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 예배처소에서 더 깊이 말씀을 배우고, 더 넓게 사랑을 나누며, 더 뜨겁게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서로를 세워주고, 다음 세대를 양육하며, 복음을 전하는 일에 더욱 열심을 내야 합니다. 이전보다 더 뜨겁게, 더 치열하게, 더 진실하게 하나님을 섬겨야 합니다.이것이 새 예배처소에서의 우리의 각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 이전을 준비하며 마음에 떠오른 한 가지 진리는, 교회란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예배당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우리 자신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안에 거하시며,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함께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가 이전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교회로서 이동한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초대교회는 특정한 건물 없이도 복음의 불꽃을 일으켰습니다. 그들의 모임은 때로 가정이었고, 때로 들판이었으며, 때로는 감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언제나 ‘교회’였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한 본질이 요구됩니다. 우리가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까지 함께 해 주신 호주 교회와 성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함께 전합시다. 그분들의 사랑과 섬김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은혜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기고, 이제 우리는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갑시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도 있지만, 더 크신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하며 믿음의 발걸음을 내딛읍시다. 이곳에서 흘린 눈물과 기도가 새로운 곳에서 열매 맺기를 소망하며, 지금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며, 더욱 정결하고 뜨거운 교회로 세워져 가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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