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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 멀어져만 가는 십자가 | 정명훈 | 2025-04-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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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연결하던 철로가 끊어진지 48년만인 2000년도에 경의선이 새로 개통되어 군사분계선에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철마는 달린다’라는 문구가 ‘철마는 다시 달린다’로 바뀌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전쟁이후 이 문구가 21c 문턱에 들어설 때까지 왜? 이렇게 방치된 채로 남겨두었을까요? 아마 그날의 처참한 상황과 목숨을 바쳐 장렬하게 사망한 이름 없는 병사들의 충성과 희생을 생각나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없애 버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지난 911 테러의 현장을 기념하기 위해서 무너진 쌍둥이 빌딩에 또 다른 거대한 빌딩을 세우기보다는 그 현장을 기념할 기념비를 세운 것 역시 이 사건을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들은 쉽게 잊고 사는 것이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로, 오늘날 교회가 잊고 있는 신앙의 주제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십자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교회가 신약성경에 제시된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마다 항상 이 십자가의 도를 신앙의 중심이 되게 하셨습니다. 교회가 복음에 충실하고 있는지에 대한 가장 분명한 체크 포인터가 바로 이 십자가의 복음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시대는 교회로 하여금 교회되게 하고, 신앙으로 하여금 기독교 신앙이 되게 하는, 성경에 기록된 기본적인 신앙의 토대들을 잊어버리게 하거나,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그 본래의 의미를 인식할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 사실상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그 진리에 의해 감화 받지 못하고 그 진리대로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 서 있다는 겁니다. 우리 인간들은 심장이 멈추게 되면 사망선고를 받게 되듯이 심장은 우리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기독교도 존재여부를 결정하는 심장과 같은 요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십자가 신앙입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생명 그 자체입니다. 십자가가 중심이 되지 않는 기독교의 모든 가르침은 죽어 버린 이데올로기(사상)에 불과합니다. 그토록 긴 구약의 역사가 하나의 시점을 바라보고 달려 왔고, 신약 시대에 구원을 경험했던 수많은 성도들이 그 한 시점을 주목하였느데,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입니다. 세월이 흘러가고 역사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구원 방법이 바로 십자가로, 하나님은 이 십자가를 통해서 멸망 받은 당신의 백성들을 구원과 생명의 자리로 옮기셨고 십자가를 통해 이루신 하나님의 부요하고 위대한 능력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교회의 가난한 영적인 삶을 부요하게 변화시키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을 위해 못 박혀 죽으시고 다시 사신 그리스도 예수의 구속 사건을 체험하게 될 때 비로소 세상의 잃어버린 영혼들에 대하여 눈이 뜨이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는 어떻습니까? 어느 때보다도 더 완강하게 하나님의 복음을 거절하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과학이 발달하고 새로운 문명의 물결이 세상의 풍조를 움직이고 있는 때에는 십자가의 복음이 더욱 미련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마치 예수님 시대에, 구원을 주시는 십자가의 복음이 지혜 있는 헬라인들에게는 미련해 보였던 거처럼 말이죠. 또 어떤 사람들은 영혼의 운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없으리만치 현세적인 삶에 몰두해 있기 때문에 십자가의 복음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모든 사람이 그들의 도덕적인 삶과는 상관없이 죄인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십자가의 복음이 상식 밖의 것이 되기 때문에 더욱 더 강력하게 복음을 거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이미 오래전에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십자가의 고난을 예언했던 이사야 선지자도 이미 이와 같은 일들을 예고하였습니다. 이사야 53장 2-3절입니다. “그는 주님 앞에서 마치 연한 순 같이, 마른 땅에서 나온 싹과 같이 자라서, 그에게는 고운 모양도 없고, 훌륭한 풍채도 없으니,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 버림을 받고, 고통을 많이 겪었다. 그는 언제나 병을 앓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돌렸고, 그가 멸시를 받으니, 우리도 덩달아 그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고난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를 너무나도 정확하게 예고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방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까지 오해되고 버림받게 될 것임을 미리 가르쳐 준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런 오해로 인하여 십자가가 자꾸 멀어져만 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고난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자신에게 자꾸 멀어져만 가고 있는 십자가를 더욱 단단히 붙드는 계기가 되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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