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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식월을 떠나는 정목사 | 정명훈 | 2024-11-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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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번에 한번 칼럼을 통해 소개해 드렸던 피터 스카지로 목사(미국, 뉴라이프 펠로십 교회)의 저서인 '정서적으로 건강한 리더'에서 안식일에 대한 이해와 적용에 대한 부분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성경의 안식일을 “24시간 동안 일을 '멈추고' '쉼'을 누리고 '즐기고' 하나님을 '생각하는' 날”로 정의했고, 그 구체적인 방향을 네 가지 근본적인 특징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첫째, '멈춘다'입니다. 안식일은 무엇보다도 모든 일을 멈추는 날입니다. 유급이든 무급이든 일은 무조건 손에서 놓아야 합니다. 안식일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발버둥을 쳐도 모든 목표를 다 이룰 수는 없고, 우리의 도움이 없어도 하나님이 우주를 완벽히 운행하신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쉰다'는 것입니다. 일단 일을 멈춘 뒤에는 쉬라는 하나님의 초대를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 사역 후 쉬셨듯이, 우리는 일곱째 날마다 그분처럼 쉬어야 한다(창 2:1-4)는 것입니다. 셋째, '즐긴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세상 창조를 마친 뒤 “심히 좋았더라”라고 선포하셨는데(창 1:31), 이것은 한참 뜯어보다가 “어? 생각보다 괜찮네”라고 뒷북을 치는 것이 아니라 한눈에 마음에 들어 기쁨에 겨운 탄성을 지르는 것이었듯이, 우리도 피조 세계와 하나님이 주신 모든 선물을 즐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째,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안식일의 핵심 중에 핵심입니다. 안식일이 안식일인 까닭은 '여호와께 성결'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은 하나님을 까마득히 잊은 채 즐기기만 하는 날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날입니다. 안식일은 눈에 보이는 것들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날로, 다시 말해 우리 삶의 숨은 이면에서 흐르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식하는 날입니다. 하나님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분이 주신 많은 선물을 통해 나타난 그분의 사랑에 관심을 집중한다는 뜻으로, 하나님이 즐기라고 주신 모든 것에서 그분 사랑의 증거를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상의 안식일의 특징을 돌아보면서 이번주부터 2개월간 안식월을 갖게 되는 저에게 안식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안식월을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한 조언을 하시는데, 대체적으로 뭔가를 채우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것을 권면합니다. 그런데 그런 조언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그 뭔가를 채우기 위한 노력과 수고들로 인해서 나 자신이 너무나도 고달프고 피곤한 시간들을 맞닥뜨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몰려왔습니다. 고 옥한흠 목사님께서 후배 목사들에게 안식월(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한 답변을 이렇게 내어놓으셨습니다. “뭔가를 더 배우고, 훈련받으려고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말고, 푹 쉬어라. 그래서 사역을 하고싶은 마음이 불일듯 일어날 때 다시 사역의 자리로 돌아오면 된다.”라고 말이죠. 제가 2009-10년에 3개월의 안식월을 가진 이후 거의 15년만에 2개월의 안식월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동안 저는 본격적인 목회라고 할 수 있는 담임목회를 시작했기에 사역하느라 온전한 안식은 언감생심이 되어버렸던 저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이 나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쉼없이 달려왔던 모습이 얼마나 하나님을 우습게 여겼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정목사에게 안식월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달려왔던 목회의 여정을 잠깐 멈추고, 쉬고 즐기면서 하나님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진정한 안식을 가지고 회복해서 돌아오고자 합니다. 이런 상황이 목회자로써 너무나도 이기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런 목회자의 상황을 이해하시고 2개월의 안식월을 허락해 주신 우리 성도님들게 죄송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비우는 그 자리를 두 분의 목사님과 성도님들의 사역분담을 통해 채워가는 그 시간이 진정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통한 은혜 충만한 시간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의 주인은 바로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안식월 기간이 머리되신 주님과 그의 지체된 우리 성도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으로 우리 기쁨이 넘치는 공동체가 함께 아름답게 지어져가는 것을 목도하는 복된 시간이 되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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