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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놓음의 첫걸음 | 정명훈 | 2024-09-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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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달 사이 저는 심신이 힘든 시간을 보내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 중에 있습니다. 특히, 수술후 8일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달려왔던 나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내가 왜 이렇게 병실에서 누워있어야만 하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면서, 그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제가 가지고 있는 역량 이상을 하려고 욕심(?)을 부리면서 생긴 스트레스로 인한 과부하에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로 목회한지 10년이 지나고 있는데, 교회 규모에 맞지않게 사역의 범위가 크다보니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목회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목회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의 빌더업을 위해서 사람중심의 목회가 아닌 사역중심의 목회로 인한 목회의 경직성에 사로잡혔고, 그 문제는 가정으로 고스란히 전가되어, 가정에서 남편으로써, 아버지로써의 역할보다는 목회의 한 연장선에서 가족들을 사역의 동역자로써 생각함으로 사역과 구별된 가정의 본연의 부분을 망각함으로 가족들간의 소통마저 가로막는 우를 범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에 덧붙여 박사과정까지 한다고 없는 시간까지 쪼개어서 공부하게 된 상황이 결국 목회와 가정 사역을 더 부실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기'식으로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위험 천만의 길을 아무런 일 없는 것처럼 버틴 그런 부실함이 결국 저에게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그것이 쌓이면서 심신에 무리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내려놓음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요구받는 것이 내려놓음입니다. 즉 예수님을 믿기 전 나의 삶의 주인이 되었던 것들을 내려놓고 주님을 나의 주인으로 온전히 모시고 살기 위한 결단인 거시죠. 그런 측면에서 저는 항상 말씀을 전할 때에도, 찬양을 할 때에도, 기도를 할 때에도, 말씀을 가르칠 때에도 내려놓음을 강조했는데, 실상은 나 자신이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제일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를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사 43:7; 고전 10:31)에 있다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1문, 1답은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그분이 기뻐하실 일을 하도록 우리 인간들은 창조된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내려놓음이란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고 그분이 기뻐하지 않는 일들을 과감히 내려놓는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제가 수술후 입원중에 제일 먼저 이에 대한 결단을 요구받게 된 것이 바로 박사과정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공부해야 할 시점이 되었고, 학교로부터 수강 요청 메시지를 받게 되었는데, 실질적으로 육신적인 상태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솔직하게 정신없이 달려왔던 이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진지하게 병상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정목사, 당신은 왜 박사과정을 하려고 하나? 정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분이 영원토록 즐겁게 할 목적으로 하는 건가?”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병상에 있으면서 곧 있을 수강과목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면서 드는 생각이 사실 박사과정이 앞으로 2과목만 마치게 되면 논문을 준비하는 일정이기에 앞으로 2년 정도 수고하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데, 지금와서 어쩔 수 없이 내려놓는다면 인간적으로 생각해서 너무나 아쉬운 결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내 머리속을 맴돌았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이 아쉬움이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를 생각해 보니 결국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나의 유익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 하나님께서 이 병상에서 가장 먼저 내려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은 저의 박사과정을 위해서 교회와 권사님들이 힘써 지원해주셨는데, 이렇게 마무리를 못하게 된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야할 저에게 우선순위를 바로 세워서 말씀과 기도 위에 가정과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가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전히 요구되어지는 가지치기를 통한 내려놓음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숙제라고 확신하기에 이 숙제를 풀어감으로 저의 목회의 후반전을 펼쳐가기로 결단한 만큼 지금까지도 그렇게 했던 것처럼 우리 기쁨이 넘치는 공동체 지체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기도와 격려를 염치없는 정목사가 또다시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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