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가지 십자가2 - 블랙 십자가
- 정명훈 2024.3.30 조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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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필리핀 단기선교때 경험했던 세가지 십자가 투어의 첫번째 십자가인 황금 십자가에 대해 지난 주에 나누었는데, 오늘은 이어서 두번째 십자가에 대해서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그 두번째 십자가는 블랙 십자가입니다.
카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매년 1월 9일에 가시 면류관 아래 검게 그을린 얼굴을 가진, 실제 크기의 예수 조각상을 짊어지고 맨발로 거리를 행진하는 ‘블랙 나자렌(Black Nazarene)’ 축제가 마닐라 시내에서 진행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블랙 나자렌’은 1606년 멕시코의 조각가가 만든 예수상을 필리핀으로 운반하던 도중 배에 화재가 나서 얼굴이 검게 변한 데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습니다. 이 조각상은 마닐라에 들어온 후로도 수차례의 지진과 화재를 겪었지만 훼손되지 않고 보전되어 ‘기적의 상징’으로 여겨지기에,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 국민들에게 이 축제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검게 그을린 예수상은 십자가를 어깨에 지고 고통스러운 듯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있는데,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도 당시 예수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 듯 신을 싣지 않은 채 맨발로 행렬에 참여합니다. 또 십자가가 지나가면 자신의 손수건을 십자가에 갖다 대기 위해 조각상 근처로 몰려드는데, 십자가에 닿은 손수건으로 몸을 문지르면 병이 낫고 육체의 죄도 씻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매년 1,000만명 이상 참가하는 필리핀의 최고의 축제라는 것입니다. 출발지인 리잘 공원에서 기도를 마친 후 조각상이 모셔져 있는 퀴아포 성당까지 돌아 오기 위해 평소 15분 소요되는 거리를 20시간 이상을 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평하지 않고 대부분은 올 한해의 기적을 염원하며 검은 예수상과 함께 걷는 그 자체에 만족하고 평안을 얻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기적과 신유 등을 바라며 블랙 십자가를 붙들면서 이것이 예수의 십자가라고 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우상숭배의 전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창세 이후 인간의 심리 속에는 신에 대한 존재를 인정하지만, 그 존재의 인정을 형상화하려는 측면이 강한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모세가 율법을 받기 위해 시내산에 올라갔을 때, 그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니 불안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론을 중심으로 해서 금송아지를 만들고 “이 신이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너희의 신이다.”(출 32:4)라고 하면서 섬기지 않았습니까? 바로 보이지 않는 신보다는 보이는 형상이 그들에게는 더 큰 안전판이 되었던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으로 먹고사는 사람들과의 공생관계가 형성되었어요. 사도행전 19장을 보면 데메드리오라는 은장이가 아데미 여신의 모형 신전을 만들어서 팔았는데, 사도 바울이 그들이 만든 신이 신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의 돈벌이에 지장이 생기자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소동을 일으킨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먹고 사는 사람은 지금도 세상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바로 '블랙 나자렌'의 행사가 있는 조각상이 모셔져 있는 퀴아포 성당 앞에는 이런 부적과도 같은 조형물들을 파는 장사꾼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부활주일을 맞이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부분에 자유로운지 심각하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입니다.”(히 11:1)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랙 십자가'처럼 주객이 전도된 신앙을 추구하는 자는 없습니까? 여러분들, 왜 성경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고 사본만 존재하는지 아십니까? 바로 세상 사람들처럼 원본을 우상화할 우려가 있어서 그렇다면 이해가 되실까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예수밖에 없습니다. 예수가 짊어진 십자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심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본질적인 것을 외면한체 비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고 예수님을 신앙의 얼굴마담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 소위 나이롱 신자들이 아닌 부활의 주님만을 온전히 바라보는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 되시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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